- 전시 공간
- 주요 전시물
-
따뜻한 병원,
이길여 산부인과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스토리들이길여 산부인과는 단순히 아기를 낳고 질병을 치료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환자에게 행복한 평안을 안겨주고자 노력했습니다.
환자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온정으로 보살핀 이길여 산부인과는 언제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들로 가득 찼습니다.-
바퀴 붙인 의자
불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없을까?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고통과 불안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사 자신의 취침과 식사 시간은 그날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였지요.
당시 병원에는 워낙 산모들이 많아 분만 대기실에 세 대의 진찰대를 설치해 번갈아가면서 환자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런데 진찰대와 진찰대 사이를 오가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란히 놓인 진찰대 사이를 이동하는 데 쓰이는 시간은 불과 몇 초지만,
수술을 앞 둔 환자들은 그 짧은 시간마저도 불안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불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없을까?’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의자에 바퀴를 다는 것이었습니다.
바퀴를 붙인 의자에 앉아, 발로 박차가며, 진찰대 사이를 쉴 새 없이 종횡무진 하다 보면 바퀴는 금세 닳곤 했습니다.
그 때마다 여의사는 서울 세운상가에서 작은 바퀴를 사오게 해서 직접 의자에 달았습니다.
지금에야 바퀴가 달린 의자는 흔해 빠진 것이지만요 -
가슴에 품은 청진기
“청진기가 차가워서 그런지, 괜히 겁이 나네요”
병원 문을 열고 처음 환자를 진료할 때였습니다.
진찰을 하기 위해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자, 환자가 흠칫 놀라며 몸을 움츠렸습니다.
"청진기가 차가워서 그런지, 괜히 겁이 나네요."
'그래. 환자와의 첫 접촉은 청진기로 시작하는데,
가뜩이나 긴장된 환자들이 더 움츠리다니.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가슴의 체온으로 청진기를 덥히기로 했습니다.
따스한 청진기를 접한 환자들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진료를 받아들였습니다. -
보증금 없는 병원 - 현판
“보증금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수술부터 받으세요. 우선 사람이 살고 봐야 할 것 아닙니까?”
"원장님, 위급 환자예요!" 진단 결과 자궁외임신 이었습니다.
하혈이 심해서, 태아는 물론 산모의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길여 회장은 간호사에게 지체없이 수술 준비를 지시했습니다.
바로 그때, 산모의 어머니가 고개를 떨군 채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저희는 보증금이 없어서 수술을 할 수가 없어요.“
이길여 회장은 환자의 손을 잡고 다독이며 말했습니다.
"보증금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수술부터 받으세요. 우선 사람이 살고 봐야 할 것 아닙니까?"
당시에는 입원이나 수술 전에 환자들로부터 보증금을 받았습니다.
다들 가난한 시절이기에, 병원에서 선불 형식으로 보증금을 받고서 입원을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이 보증금 때문에 가난한 환자 들이 병원 문턱을 넘을 엄두조차 못 내는 현실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이길여 회장은 과감하게 병원 안팎에 '보증금 없는 병원'이라 새긴 현판을 내걸었습니다.
모두들 당연하게 여겼던 보증금제도를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과감하게 없애버린 것입니다. -
왕진가방
“여보, 의사선생님 모셔왔어. 눈 좀 떠봐”
"제발 제 아내 좀 살려주세요. 아내가 죽을지도 몰라요. 영종도로 같이 가주세요!"
헐레벌떡 병원으로 뛰어들어온 한 남자가 애타게 의사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땀과 눈물로 흠뻑 젖은 그 남자의 모습만으로도 환자의 위급한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길여 회장은 자세한 것은 물어보지 않고 왕진가방을 챙겨서 간호사와 함께 남자를 따라 나섰습니다.
환자가 있는 곳은 영종도 선착장에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여보, 의사 선생님 모셔왔어. 눈 좀 떠봐."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환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환자는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의사의 치료를 기다리다, 남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 버렸습니다.
이길여 회장은 최소한의 의료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인천 앞 바다 섬 주민들의 실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끝내 지켜주지 못한 영종도 산모를 뒤로한 채, 육지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깊게 생각했습니다.
'가난한 섬사람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해야겠어!'
이길여 회장은 그 무렵부터 의사가 없는 섬(무의촌)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무료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녀의 왕진가방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언제 어디라도 달려갈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